29 magazine
해변의 카프카
조르지오
2009. 1. 13. 09:30
해변의 카프카를 집어 들어 그 책을 시작하는 과정에는 여러 연관이 있었다고 본다.
5년 전, 임충사부의 책상에 놓여 있었던 것을 본 순간이 그 시초가 되었고.
그 이후, 다운이가 추천해 서 읽은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에서 감동을 얻은 찰나,
그 제목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실을 알았고.
홍대, 더 그린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첫 장에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중에 적혀 있다는 사실이 꽤 박혀 들어 왔었고.
다시 일을 시작한 베를린의 어느 상자에 있는 것을 보고 꺼내 들었다.
아마 그 사이에, 어느 책에서인가, 외국의 키가 훤칠한 사람이 피켓을 들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손으로는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이 꽤 멋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비슷한, 하드보드케이스가 아닌 책을 들고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요즘 책들은 다들 하드케이스니까.
여하튼 멋으로 만은 책 읽기를 끝까지 해내기가 쉽지 않은 내 성격상
이런 전환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승부욕이나 명예욕, 성공욕등이 있는 나는
언젠가도 언급했을 지는 모르지만,
까마귀 소년에 대한 글을 읽다가 (언제나 처음이 지겨운 것들이 있다. 난 그래서 소설이 간혹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겨워서, 무라카미 하루끼에 대한 표지에 적힌 소개글을 읽게 되면서
하버드와 세계가 격찬한 사람의 수 십권의 책을 한 번 모두 읽어보자는
조금 나를 설레게 하는 다른 숙제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몇 월까지는 토익을 마치고, 한자를 하고, 신문을 읽고, 돈을 얼마를 모으고, 운동을 하고
1년 전부터 머리를 맴돌기만 했던 그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행하고 있고, 알고 있는 것들을 똑같이 답습하기는
여전히 싫었다. 그러나 확실히 1년 전 보다는 이제 다시 어떤 게임을 시작해야 겠다는 욕구가 들고 있었다.
그렇게 1월에는 무라카미 하루끼를 만난 것으로 시간의 의미를 찾고, 무엇인가 그 달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 테마와 사귀었다는 느낌을 기억해두고 싶었다.
그런 식으로 시간들을 묶어서 연말 즈음에 가슴이 벅찬 한 해를 보냈다는 그런 것을 하고 싶었다.
2009년 1월은 그 동안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을 편안하게 마주하기를 시작하는 멋진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가 굉장히 멋있다고 느껴지는 시기이다.
오늘 남은 70페이지의 해변의 카프카를 보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