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글쓰기 첫번째 수업-초고

조르지오 2018. 1. 22. 21:26



마구쓰기 아주 잎사귀가 마구 났다. 

오지게 멋있는 사진이다. 감독아저씨가 보냈다는데. 

요새 잘 나가는 아저씨라더니. 좀 멋지다. 

근데 막 쓰라니까 막 쓰는 데 막 써도 될지 무섭다.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 믿고 가는 거야~ 우라질 

화장실은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문장이 떠오르고 떠오른 문장을 정리하고 있는 걸 보고 

이러면 안 되는데 싶어서 후다닥 들어왔다. 멈추지 않고 쓴다는 것. 무섭구나. 

아까 처음 떠오른 단어는 늙은 여자 였다. 그 다음 떠오른 문장은 

늙은 잎놈아 너는 왜 그렇게 멋지냐. 나는 이렇게 푸르른데. 너는 말라 비틀어진 것이 왜 그렇게 멋진 것이냐. 

내가 보는 너랑 네 옆의 내 친구를 보면. 말라 비틀어진 너만 이렇게 색이 명품 같은 거냐. 

이런 젠장. 왜 그런 거냐. 멈추지 말라는 데. 메리제인님이 다 썼다고 해서 잠시 멈칫 했다. 


이런 식의 토로 하는 글쓰는 기는 여기 까지만 쓰고. 나도 다시 써야지. 

다 지우고 싶은 글이다. 그래도 쓴다. 


말라야. 나는 싱싱한 푸름이야. 

말라는 왜 그렇게 말라서 몸이 잔뜩 꼬여있어?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나이가 들면 너처럼 멋지게 되는 거구나. 

내가 멋지니? 

어 . 너는 우리와 다르게 굉장히 멋이 있구나. 

뭐가 멋지지? 

뭔가 다른 걸. 

다른 게 멋지니? 

네가 돋 보이잖아. 사진을 내민다. 

이 것봐 이 사진을 찍은 사람도 너를 가운데에 놓고 찍었잖아. 

네가 주인공인가봐.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왜 주인공이 되고 싶지?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도 좋아해주고. 멋진 눈빛으로 봐주잖아. 

그게 주인공인가? 

뮤지컬 시카고 봤지? 거기 주인공이 두 명 있잖아. 

그렇지. 근데 너는 마마도 좋아하고. 그 남자 변호사도 좋아하잖아. 

맞아 그 극 중의 싫어하는 캐릭터는 불쌍한 셀로판 맨 뿐이지. 

그 사람은 왜 싫지? 

몰라 짜증이나 그 사람은 너무 착해. 바보야. 바보라서 화가나. 

그거에 네가 왜 화가 나는 건데? 

나도 모르겠어. 그 사람 생긴 것도 맘에 안 들어. 매번 뮤지컬에서도 그 사람은 그런 얼굴에 그런 몸무게야. 

그런 검은 긴 소매의 옷에 긴 통의 바지에 멋지지가 않아. 

너에게 멋이라는 건 뭐지? 

당당하고 솔직하고 신나는 사람. 나는 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마마야

마마는 주인공이 아니 잖아. 

그러게 주인공은 아닌데 왠지 주인공 같은 걸. 굉장히 멋져. 마마는. 

나중에 르네젤위거가 인기가 있을 때. 르네젤위거 헤어스타일을 하고 뽐내는 표정을 하는 그 마마가 참 좋아. 

그럼 너는 주인공만 좋아하는 건 아닌 가 보네. 

그런가 봐. 그래 나는 네가 주인공처럼 보여서 좋은 건 아닌가봐. 

그럼 너는 내가 왜 좋지? 

그냥 말라있는 네 모습이 엄청 깊이가 있어보여. 너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것만 같아. 

너는 나보다 빗방울도 햇살도 바람도 더 많이 알고 있을 거 같아. 

벌레들도 더 많이 알고 있을 거 같고. 

그게 뭐가 멋지지? 

모르겠어. 뭔가 엄청 멋진데. 너는 굉장히 간지가나. 

간지가 뭔데? 

몰라 사람들이 뭔가 멋지면 간지가 난데. 

이 글을 쓰는 조르지오는 이 사진을 보면서. 간지가 난다. 라고 생각했다더라. 

걔는 왜 그런 생각을 한데? 

일단 검은 색을 잘 썻고. 빛도 멋지고. 초록도 멋지고. 너의 그 고동회색이랑 여백도 좋고. 몰라 주절주절 뭐라는 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얘도 뭔가 이런 사진을 찍고 싶데. 

우리가 멋지다네. 

우리가 멋지다고 했지. 내가 멋지다고 하진 않았잖아. 

그래 뭐 나도 인정해. 나도 내가 잘생긴 건 알아. 근데 네가 멋져서 너에게 멋지다는 거야. 

멋지다는 네 말은 기쁘지 않지만. 네 눈빛은 나를 기쁘게 하는 구나. 

알 수 없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눈빛이. 반짝여서 나도 기분이 좋아. 나는 내가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꽤 잘 늙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나의 바짝 마른 잎새가 펴지라고 비싼 화장품을 찾을 까도 했고. 집이랑 자동차도 사야겠다. 뭔가 만원짜리 옷보다는 30만원짜리 옷을 입어야 겠다고도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는 너처럼 푸르를 수 없다는 걸 알아. 나는 이 상태고. 이제 더 바짝바짝 말라서 곧 떨어지게 될꺼야. 

바닥에 떨어져 밟히고 쓸려서 쓰레기장으로 가버리게 될꺼야. 그리고 나를 닮은 네가 가운데 자리에 있을 꺼야. 

그때 네가 나를 떠올려 주면 반갑겠다. 

푸름아 고마워. 너는 나를 반짝이게 해주었어. 내 꿈은 이제 누군가의 책장에 놓여지는 것이야. 

책 앞에 나를 보며. 죽음이 20년쯤 남은 혹은 10년쯤 남은 사람의 방에서 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다뤄주고 나와 대화하기를 원해. 

그게 나의 꿈이란다. 

푸름이가 주인공이 되는 꿈을 계속 꾸기를 진심으로 활짝 웃으며 응원한다. 

주인공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