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풋고추가 맵거나
청양고추가 맵지 않으면
사람들은 뭔가 말을 한다.
반대로
풋고추가 너무 싱겁거나
청양고추가 너무 매워도
사람들은 뭔가 말을 한다.
풋고추인지, 청양고추인지
구별이 안 되는
제육정식에 나온 고추들이
눈물나게 매울 때면
선구자는
호들갑을 떨면서 맵다고 말을 해준다.
선구자로서의 기본 자질이다.
선구자 중에서도
급하게 뱉어내고 물을 찾고 더 이상 손을 안 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눈물, 콧물 다 빼고는 또 손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
두번째 해당하는 사람은 히틀러다.
이런건 정말이지 오만억지다. 육만억지를 하자면
두번째 해당하는 사람이 나다.
한 3년 전에, 어느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이탈리아 식 손금을 봐 준 댔다.
나에게 '테레사 수녀'가 될 꺼라고 그랬다.
난 그저 튿어진 입술이 신경쓰일 뿐이고,
조금은 적응을 한 건지, 오히려 냉정해 진 건지.
편안해진 마음과 하루에 기분이 좋은 밤이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될 지 궁금해져 온다.
적당한 날씨의 단풍이 멋진 날 처럼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