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김영하.

쌍커풀이 짙었던 그의 이름이 뭐였더라.
윤호를 만났고, iptv의 이야기를 들었던, 2005년의 경영학원론 시간에 노르웨이 여행기를 쓴 여병희도 그렇고, 윤호도 그렇고, 최연소 합격생이었던 한별도 그렇고, 결혼을 했다는 은지도 그렇고, 생경한 곳에서 만나고 놀랐던 지아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조인연이다. 그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내기에는 오늘도 역시 시간이 없다.(윤호에게 새해인사를 보낸다)

좀 넋놓고 잠도 빼앗지 않고 글이나 주욱 썼으면......
게으른 대학생 같은 소리이다. 그래도 학생 때는 이래저래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글도 자주 앉아 쓰고, 썩 바지런했다.

줄줄이 김영하를 알게 된 순간들을 쓰고 싶지만.
아무래도 9시까지 죠비의 파티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끝내지 못할 글을 시작하기가 부담스럽다.
오늘은 이 정도만 쓸까? 지워버릴까?

또 주절주절이다. 이런 글은 날이 갈 수록 창피하다.
그러다, 쥴리앙(현정)을 알게 해줬던 펜경희(펜실베니아 대학교수들이 와서 수업진행 - 정말이지 난 맨 앞자리에서 수업의 제목만 이해했다고 볼 수 있는)가 한창 진행이던 어느 여름이던가, 아 모든 것이 가물하다. 아무튼 어떻게 툭하니 병희오빠가 나타났다. 아. 긴 얘기다.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벌써 35분이다.

그렇게 저렇게, 가만보면, 병희오빠도 성숙해 가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남자셋여자셋의 PD였던 작가들이 아버지라고들 부른다는 PD선생님이 저녁에 하는 프로그램제작론에 청강을 들어갔었고,
그 때, 이런저런 얘기를 젊잖게 나누다가(아무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2년이 지난 후이니) 그가 김영하의 소설을 극찬을 하며 추천했었고,

그런 것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또 한참이 지나, 남산도서관이었던가, [호출]을 빌렸다가
사는 거 차체가 너무 뜨거워서 책을 읽을 만큼의 냉소적인 정서상태를 갖지 못하고, 그대로 반납을 했었다.

그러다, 작년 쯤, 누군가와의 첫만남을 설레게 기다릴때 쯤, 서점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면서, 눈에도 안 들어오는 책들에 집중하는 척을 하다가,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를 봤었고, 촤르륵 넘기면서 흘려보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에 저자를 다시 확인하면서, 그 김영하가 그 김영하인가 했었다.
그런 저런 생각에 병희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던거 같은데, 답장은 못 받았던 거 같다.

시간이 그렇게 훅 흘러, 냉정해진 마음으로 인터넷을 좀 떼어놓고, 책이란 것을 차분히 읽어내려가기를 할 줄 알게 된 27살의 1월에 보석같은 여동생
여진이에게 남산도서관에서 폴오스터의 [환상의 책]이나 [뉴욕 3부작]을 빌려달라고 부탁했었다. 항상 그렇지만, 녀석이 그 여분의 대출로 빌려오는 것들도 기대가 된다. 일본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해서 버는 돈 족족을 책을 거침없이 내가 술을 마시드시 돈을 쓰는 녀석이 김영하의 그 책을 빌려왔고, 요즘 정재형의 paris talk를 읽으면서 그 동안 조금 시덥지 않게 봤던 요즘 사진여행책들이 썩 괜찮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소설이 더 읽고 싶었다.

오늘은 더더욱 손님은 없었다. 하루 종일 청소하는 일과 부담감을 책의 열 문장쯤 읽으면 위로를 받곤 했는 데,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
아침에 대충 청소를 하고, 가방을 열었는 데, 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꽤 출렁 했었다. 그래서 2시간 정도 시간이 생긴 참에 스타킹의 11살 개그 신동을 보다가, TV를 끄고, 책을 펼쳤다. '책머리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라는 식의 제목이 없이 이어져 있는 글들을 무심히 읽기 시작했다. 다르다. 문장이 다르다. 최근 읽기를 시작한 뉴욕 삼부작의 처음과는 다른 처음의 흡입이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분명히 그 흡입의 차이가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주욱주욱 읽었다. 마코토와 현주, 희정언니, 그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맨 앞장을 펼쳐 보았다. 이것은 무엇인가? 김영하는 여자였던가? 결국 네이버를 검색한다. 내가 알던 그 남자가 맞군, 

아 또 나갈 시간이다. (들켜도 별일 아닌), 죽을 때까지 사수해야할 짝사랑이야기를 줄줄이 써놓은 일기장을 헤벌쭉 벌려놓고 나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원래 그런거라는 것이, 결국 속내는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알리고 싶은 것은, '마코토'를 읽고, 내가 그를 질투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빌어먹을'이다.

마코토 :: 2009. 1. 24. 20:53 이태원 Berlin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