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유명인인 것을
그 자리에 늦게 도착하며 걱정했던 건

평일 오후
그 아무리 유명인인 것을

얼마나 사람이 자리를 매워 줄 것인가? 하는
어린 걱정이였다.

이 사진은 남자를 찍은 것이 아니였다.

가운데 남자의 오른쪽에 샴처럼 붙은 저 아주머니는
문학열람관, 즉 2열람실의 사서이다.

3시에 도착해서 자리가 없는 것에
3시에 도착했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에

쓰인 마음보다.

시간이 생겨, 문학열람관에 책을 잽싸게 반납하고
다시 빌릴 때, 그녀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마음이 더 컸었다.

그러다 뒷자리에 털썩 앉아 듣던 중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 반가움과, 그 다행스러움은
좋은 것이였다.

오래 자리를 지킬 수는 없었지만
지긋이 얘기를 듣던 그녀는 
지긋이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날, 신경숙씨에게 질문한 남자는
"아빠를 부탁해"를 제안한다.

아빠는 이제 어쩔련가?

2009
남산도서관
신경숙 :: 2009. 7. 9. 02:48 이태원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