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밤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이라서
숫자를 써서 가는 표와 돌아오는 표를 샀다.
시간이 남았다.
레알마드리드 경기장에 다녀오자.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닌다는 앤이 큰 길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다시 걸어서 터미널로 돌아왔다.
한산해진 터미널에는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는 중국인 아프리카인 흑인들이
벤치에 누워 잠을 잔다.
나도 현영이가 챙겨준 애플파이와 사이다를 먹다.
잠을 좀 자기로 했지만. 마음이 살짝 두려웠다.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릴까 안달했다.
잃어버려도 괜찮을텐데...
새벽 버스를 타고 6시간쯤 달려 스페인 북쪽 산 세바스티앙에 도착했다.
터미널 근처 작은 카페에서 대충 커피를 시켜 마시고
나오니. 인도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말을 건다.
부랑자 여자가 말을 걸자. 인도 사람들이 날 피하게 해준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늘 그렇듯이 호텔로 들어갔다.
저지 당했다. 지도는 얻었지만. 화장실은 얻지 못했다.
밖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시골인편이라. 해가 뜨고 한참 뒤에 첫차를 탔다.
광장의 시위대도 잠을 자고. 몇몇은 아침을 맞는다.
일단 그냥 걷는다.
큰 배낭이 무거워 평소보다 조금 빨리 거리를 물어본다.
서핑 호스텔은 응답이 없다.
그래서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서 글을 쓰기로 했다.
파도 방울을 맞으며 글을 쓰고 있으니
파란색 체육복을 가춰입은 할아버지가 어깨를 토닥여 준다.
사람들은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했다.
아침 8시의 풍경
비가 올 것 같더니 비가 왔다.
미술관은 한 적했고. LG 모니터는 눈부셨다.
전 세계인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다 잠들다 일어나서 바다로 나왔다.
해변을 좀 즐길까 했는데 날씨가 흐리다.
수영복을 살까 하고 갔더니. 비가 온단다.
우리는 같이 웃었다.
그래도 해변에 누웠다.
서핑을 한다.
나도 곧 서핑을 하고 싶다.
호스텔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미국에서 온 여자애들은 밉상이었다.
냄새가 난다. 방구를 자꾸 뀐다.
테이블에 앉아 내내 불평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자애는 여행자 냄새가 났다. 좋다.
내 침대 밑에 러시아 남자애는 여기에 뭐하러 온 걸까.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탔다. 거리의 누군가에게 지도를 펴고.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가르키며
" YOU. BEST"
두 마디에 알아듣고 산 꼭대기에 동그라미를 그려준다.
그래서 올라갔다.
좋다.
떠나려니까 해가 번쩍 떴다.
바다가 눈부시게 일렁였고
내 마음도 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는 빌바오로 갔다.
P.S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는 버스는 도시를 다 돌아 나갔다.
그러다보니. 종점인 어느 시골에서
기사인 그녀가 담배를 한대 피웠다.
우리는 사진을 한장 찍고
맘껏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