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드디어 혼자가 되었어요.
너무 좋아요.
폭포아래 돌 위에 돗자리를 펴지 말랬지만.
펴고 누웠어요.
돌도 보고,
물도 보고
바람도 보고
햇살도 보니
나무도 보니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봐 무서웠는데.
너무 편안하고 좋아요.
물소리가 후두두둑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혼자 큰 방을 쓰던 나는
피아노와 피아노 사이에 이불을 걸어
거대한 텐트를 만들면서
김현철 --> 이소라 님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얀 불을 끄고, 노란 스텐드를 켜두기를 좋아한 건
그때부터 였어요.
라디오가 없으면
무서워서? 뭔가 이상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언제나 음악이 있어야 했고
전화기를 꺼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5시. 6시 낮이 끝나고 어둠이 오는 시간
방 안에서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
왠지 몸이 아픈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TV를 보던지
책을 봐야해요.
그런 데 이 날부터는 조금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되었어요.
혼자 길을 걷는 것도.
혼자 폭포아래 누워있는 것도
음악이 없는 것도
친구가 없는 것도
직장이 없는 것도
애인이 없는 것도
전화기가 보이지 않아도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도
기분이 좋았어요. 신이 나 있었어요.
어제 그저께.
눈 앞으로 철컥철컥 살벌하게 지나가는
매섭게 내치고 떠나는 누군가의 매서운 치맛자락보다
더 살벌하게 지나가는 기차 앞 70cm에서 옴짝하지 못하고
서 있었을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 무섭고
피가 거꾸로 솟고.
동공이 골프공에 있는 구멍만큼 커진거 같아요.
뭔가 죽을 만큼 무서우면서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어제는 운전면허 학원 봉고차가
아주 제대로 난폭, 과속 운전을 하는 데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특히, 골목길을 급격히 빠져나갈 때는
아. 진정한 총알봉고를 탔구나.
운전자가 막 몸을 오토바이 타듯이 움직이고
뒷바퀴가 헛돌고, 차가 뒤집어 질 듯합니다.
하하하
그런데 자꾸 웃음이 나오고, 재미가 있네요.
너무 저차원적인가?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