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구쓰기 아주 잎사귀가 마구 났다.
오지게 멋있는 사진이다. 감독아저씨가 보냈다는데.
요새 잘 나가는 아저씨라더니. 좀 멋지다.
근데 막 쓰라니까 막 쓰는 데 막 써도 될지 무섭다.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 믿고 가는 거야~ 우라질
화장실은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문장이 떠오르고 떠오른 문장을 정리하고 있는 걸 보고
이러면 안 되는데 싶어서 후다닥 들어왔다. 멈추지 않고 쓴다는 것. 무섭구나.
아까 처음 떠오른 단어는 늙은 여자 였다. 그 다음 떠오른 문장은
늙은 잎놈아 너는 왜 그렇게 멋지냐. 나는 이렇게 푸르른데. 너는 말라 비틀어진 것이 왜 그렇게 멋진 것이냐.
내가 보는 너랑 네 옆의 내 친구를 보면. 말라 비틀어진 너만 이렇게 색이 명품 같은 거냐.
이런 젠장. 왜 그런 거냐. 멈추지 말라는 데. 메리제인님이 다 썼다고 해서 잠시 멈칫 했다.
이런 식의 토로 하는 글쓰는 기는 여기 까지만 쓰고. 나도 다시 써야지.
다 지우고 싶은 글이다. 그래도 쓴다.
말라야. 나는 싱싱한 푸름이야.
말라는 왜 그렇게 말라서 몸이 잔뜩 꼬여있어?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나이가 들면 너처럼 멋지게 되는 거구나.
내가 멋지니?
어 . 너는 우리와 다르게 굉장히 멋이 있구나.
뭐가 멋지지?
뭔가 다른 걸.
다른 게 멋지니?
네가 돋 보이잖아. 사진을 내민다.
이 것봐 이 사진을 찍은 사람도 너를 가운데에 놓고 찍었잖아.
네가 주인공인가봐.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왜 주인공이 되고 싶지?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도 좋아해주고. 멋진 눈빛으로 봐주잖아.
그게 주인공인가?
뮤지컬 시카고 봤지? 거기 주인공이 두 명 있잖아.
그렇지. 근데 너는 마마도 좋아하고. 그 남자 변호사도 좋아하잖아.
맞아 그 극 중의 싫어하는 캐릭터는 불쌍한 셀로판 맨 뿐이지.
그 사람은 왜 싫지?
몰라 짜증이나 그 사람은 너무 착해. 바보야. 바보라서 화가나.
그거에 네가 왜 화가 나는 건데?
나도 모르겠어. 그 사람 생긴 것도 맘에 안 들어. 매번 뮤지컬에서도 그 사람은 그런 얼굴에 그런 몸무게야.
그런 검은 긴 소매의 옷에 긴 통의 바지에 멋지지가 않아.
너에게 멋이라는 건 뭐지?
당당하고 솔직하고 신나는 사람. 나는 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마마야
마마는 주인공이 아니 잖아.
그러게 주인공은 아닌데 왠지 주인공 같은 걸. 굉장히 멋져. 마마는.
나중에 르네젤위거가 인기가 있을 때. 르네젤위거 헤어스타일을 하고 뽐내는 표정을 하는 그 마마가 참 좋아.
그럼 너는 주인공만 좋아하는 건 아닌 가 보네.
그런가 봐. 그래 나는 네가 주인공처럼 보여서 좋은 건 아닌가봐.
그럼 너는 내가 왜 좋지?
그냥 말라있는 네 모습이 엄청 깊이가 있어보여. 너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것만 같아.
너는 나보다 빗방울도 햇살도 바람도 더 많이 알고 있을 거 같아.
벌레들도 더 많이 알고 있을 거 같고.
그게 뭐가 멋지지?
모르겠어. 뭔가 엄청 멋진데. 너는 굉장히 간지가나.
간지가 뭔데?
몰라 사람들이 뭔가 멋지면 간지가 난데.
이 글을 쓰는 조르지오는 이 사진을 보면서. 간지가 난다. 라고 생각했다더라.
걔는 왜 그런 생각을 한데?
일단 검은 색을 잘 썻고. 빛도 멋지고. 초록도 멋지고. 너의 그 고동회색이랑 여백도 좋고. 몰라 주절주절 뭐라는 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얘도 뭔가 이런 사진을 찍고 싶데.
우리가 멋지다네.
우리가 멋지다고 했지. 내가 멋지다고 하진 않았잖아.
그래 뭐 나도 인정해. 나도 내가 잘생긴 건 알아. 근데 네가 멋져서 너에게 멋지다는 거야.
멋지다는 네 말은 기쁘지 않지만. 네 눈빛은 나를 기쁘게 하는 구나.
알 수 없지만. 네가 나를 좋아하는 눈빛이. 반짝여서 나도 기분이 좋아. 나는 내가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꽤 잘 늙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나의 바짝 마른 잎새가 펴지라고 비싼 화장품을 찾을 까도 했고. 집이랑 자동차도 사야겠다. 뭔가 만원짜리 옷보다는 30만원짜리 옷을 입어야 겠다고도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는 너처럼 푸르를 수 없다는 걸 알아. 나는 이 상태고. 이제 더 바짝바짝 말라서 곧 떨어지게 될꺼야.
바닥에 떨어져 밟히고 쓸려서 쓰레기장으로 가버리게 될꺼야. 그리고 나를 닮은 네가 가운데 자리에 있을 꺼야.
그때 네가 나를 떠올려 주면 반갑겠다.
푸름아 고마워. 너는 나를 반짝이게 해주었어. 내 꿈은 이제 누군가의 책장에 놓여지는 것이야.
책 앞에 나를 보며. 죽음이 20년쯤 남은 혹은 10년쯤 남은 사람의 방에서 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다뤄주고 나와 대화하기를 원해.
그게 나의 꿈이란다.
푸름이가 주인공이 되는 꿈을 계속 꾸기를 진심으로 활짝 웃으며 응원한다.
주인공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