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옷을 끌어 올려
입을 가렸어요.
아차, 배를 깜빡했네요.
2009년 서울 광장 6월 저녁.
부끄럽다는 건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사람 집에 초대 받았을 때
구멍난 양말이 부끄러운 걸까요?
거리에서 멋진 사람을 만났을 때
이와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있는 것이
부끄러웠던가요?
겨울 눈 얼은 횡단보도에서
멋진 하이힐 여성이 大자로 넘어졌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나요?
콧등을 긁으려던 손이
콧 구멍으로 들어가서 부끄러웠습니까?
직장 동료가 갑자기 거리 축제 무대에 뛰어 올라
춤을 추는 일이 부끄러워, 손발이 오그라 들었습니까?
부끄러웠던 일들은 숨겨지게 됩니다.
저 자신도 진짜 부끄러운 몇가지 일들은
이 곳에 한글자로도 말하지 못합니다.
한가인 만큼 예쁜 아이의
집에 과외를 가던 시절.
녀석은 자신의
아버지의 다리 한쪽이 없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웃음이 멋짐으로 1등이었던
학급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녀석은 자신의
동생에게 장애가 있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고
엉뚱하기 짝이 없던 빨간 바지
댄싱 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녀석은 자신의
할머니에게 치매가 있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참 오묘한 주제이다.
(아, 위의 문장도 부끄러워..##.## .. 이건 '부끄럽사옵니다.' 표정)